
숫자만 보면 시원한 실적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올해 3분기 매출액 9조6434억원으로 분기 기준 최대 기록을 새로 썼다. 다만 이 실적표는 숫자 하나로 읽기에는 결이 여러 겹이다.
분기 최대 매출이 말해 주는 것
회사는 8일 공시에서 3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보다 59% 늘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은 7560억원으로 25.7% 증가했다. 매출이 6할 가까이 뛰는 동안 영업이익은 4분의 1 남짓 늘었으니, 몸집이 커지는 속도를 이익이 그대로 따라가지는 못한 셈이다. 기록의 크기만큼 중요한 것은 그 기록이 어디서 왔느냐다.

세액공제를 걷어낸 뒤의 이익
눈여겨볼 항목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첨단 제조 생산 세액공제(AMPC)다. 3분기 AMPC 규모는 4169억원이었다. 이를 제외하면 매출은 9조2265억원, 영업이익은 3391억원이다.
매출에서 공제액이 차지하는 몫은 크지 않다. 영업이익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7560억원 가운데 4169억원이니 절반을 넘는다. 세액공제를 받는 것은 사업 성과의 일부이고, 그 자체를 흠잡을 일은 아니다. 그래도 이익의 질을 따질 때는 제도가 보태 준 몫과 회사가 스스로 만든 몫을 나눠 보는 눈이 필요하다. 3391억원은 그래서 함께 읽어야 할 또 하나의 성적표다.
ESS가 끌고 전기차가 받쳤다
매출을 끌어올린 주된 요인은 북미 ESS(에너지저장장치) 생산량 확대였다. 북미 ESS 출하량이 늘며 고정비 부담이 줄어든 점도 영업이익 개선으로 이어졌다.
전기차용 배터리도 힘을 보탰다. 유럽에서는 미드니켈(니켈 함량 60% 수준) 배터리 판매가 늘었다. 북미에서는 GM 합작법인이 재가동에 들어갔고 현대차 합작법인도 가동을 시작했다. 전략 고객사에 원통형 배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한 것도 실적에 반영됐다. 유럽 중저가 전기차용 파우치형 배터리 출하 증가, 일부 완성차 업체에서 받은 보상금도 영업이익을 거들었다. 보상금은 배터리를 팔아 얻는 이익과는 성격이 다른 항목이어서, 앞으로의 흐름을 가늠할 때는 따로 떼어 볼 필요가 있다.
앞으로 볼 대목
회사 관계자는 하반기 북미 ESS 생산이 본격화하고 전기차용 배터리 물량이 개선되면서 매출이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매출 전망은 낙관적으로 제시된 셈이다.
이제 시선은 그 성장이 이익의 체력으로 얼마나 옮겨 가느냐에 모인다. 세액공제나 보상금이 아니라 생산 효율과 고정비 관리에서 나오는 이익의 비중이 커질수록 분기 최대 매출이라는 기록도 더 단단해질 것이다.

